티처빌 매거진 Vol. 17 Teacher Life
서울교사뮤지컬단 뮤즈(M.U.S.E)
주변과 소통할 수 있는 축제와 나눔의 뮤지컬을 꿈꿔요
글. 김영후 당산서중학교 음악선생님
교감하고 소통하는 뮤지컬의 매력에 빠진 음악교사
저는 올해 10년 차 음악교사로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클래식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만 부르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성악은 연습이나 무대에서 혼자 노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연극·뮤지컬 무대에 서보니 다른 배우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관객과 얼굴을 마주하고 내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솔직하게 분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그 이후 온통 뮤지컬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임용고시를 볼지 뮤지컬 배우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요. 뮤지컬 오디션에서 전부 떨어졌고, 선생님이 먼저 됐어요. 그래도 교사가 된 이후에 극단에서 총 12편의 뮤지컬을 직접 기획·제작하고 출연했습니다. 특히 연출에 관심이 많아 공연예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도 했고, 예술 학교에 발령받아 뮤지컬 학과장으로도 근무했습니다.
서울교사뮤지컬단 '뮤즈(M.U.S.E)' 탄생
교사가 된 후에도 무대에 대한 미련이 있었고, 늘 공연이 그리웠어요. 교사 모임을 찾아보니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는 많은데 연극·뮤지컬 커뮤니티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인 극단에서 3년 정도 열심히 활동하다가 결국 교사뮤지컬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전문적인 뮤지컬 공연 제작시스 템을 갖춘 ‘교사뮤지컬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2017년 첫 시작, 교사뮤지컬에 대한 확신
그렇게 마음을 먹은 직후, 대학 시절 선후배와 인근 학교 음악 선생님들에게 뮤지컬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뮤지컬 연출가인 대학교수님을 찾아가 선생님들이 좋은 취지로 뮤지컬을 만들어보려 한다며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렸어요. 학교장님께도 재능 있는 선생님들과 모여 학생·학부모·지역사회화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학교의 모든 자원을 활용해 도와주겠다고 하셨어요. 각종 교사 커뮤니티에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은 선생님들을 모집했는데 일주일 만에 20명 정도 모였어요. 이름은 뮤즈(M.U.S.E.)로 ‘Musical Union Seoul Education’에서 따왔어요. 서울을 중심으로 뮤지컬을 배우고 만들고 나누는 선생님들의 모임이란 의미예요.
500여 명의 다문화 학생 및 가족과 함께한 뮤지컬 <빨래>
공연을 했을 당시 제가 근무했던 서울 대림중학교는 다문화 지역이었어요. 저는 첫 공연으로 다문화와 우리 사회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뮤지컬인 〈빨래〉가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다문화 학생뿐만 아니라 가정 형편 이 어려운 학생들도 많았고, 선생님들이 따뜻하고 좋은 공연을 만들어 문화예 술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선생님들과 주말·방학 기간에도 만나 4개월 동안 뮤지컬 프로덕션 작업을 진행했어요. 예산이 부족해 구청 다문화과에 직접 찾아가 이 지역 선생님들이 좋은 취지로 지역 주민과 다문화 학생들에게 뮤지컬 공연을 하는데, 공연장 시설을 활용하거나 교육 예산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협조를 구했어요.
4개월간의 프로덕션 끝에 그해 10월 영등포 꿈이룸극장에서 다문화 학생·학부모 500여 명 전 석 매진으로 공연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도 사랑의 바자회·병원 환우 음악회·보육원·양로 원 등 찾아가는 음악회 활동을 했고, 2017년에 평생학습축제에서 대상(서울 시교육감상)을 받았습니다.
2.000명의 관객과 호흡한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뮤지컬 <영웅>
이듬해에는 우리 뮤지컬단에 30여 명의 선생님이 활동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신규 선생님부터 경력 30년 차 대선배 선생님들까지. 과목도 체육· 연극·기술 등 다양한 선생님이 함께 공연 제작을 했어요. 2018년은 상해임 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99주년이었고,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웅〉을 제작하기로 했어요. 서울공업고등학교 대강당을 대관하고 교육청의 후원을 받아 총 2,000명의 학부모,학생,선생님을 초청해 뮤지컬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VR 가상현실 뮤지컬 콘텐츠도 제작
코로나19로 대면 활동 및 공연 제작도 불가하고, 일상 모임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와 학생의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어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선생 님들의 강의나 연주 영상도 볼 수 있게 플랫폼을 개편했고, 스트리밍도 시도했고 최근 화두가 된 에듀테크도 접목해 VR 뮤지컬을 만들었습니다.
가상현 실 환경을 활용해 학생들이 뮤지컬 무대의 일원으로 참여해 뮤지컬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학생들이 360도 화각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관찰하고, 연기와 노래, 가사 속에 담긴 여러 요소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업무 포털을 통해 각 학교로 배포도 됐고, 연말에 교육감 표창도 받았습니다.
나의 예술 교육철학, 나에게 뮤지컬이란?
음악과 음악 수업이 지식·개념을 이해하거나 혹은 학생의 개인적 성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료·학교·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축제나 봉사 같은 나눔 활동과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학생들과 등굣길 음악회, 이웃 초청 음악회·병원 봉사음악회·지하철역 거리공연 같은 활동을 하면서 음악의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뮤지컬의 진정한 매력은
배우로 참여할 때와 기획이나 연출로 참여할 때의 매력이 다릅니 다. 배우로서 뮤지컬은 음악이라는 강력한 예술을 통해 ‘살아 있는’ 가상의 인물을 만나고 어떤 삶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예술입니다.
허구의 삶과 음악을 경험한 순간 ‘지금 여기’ 현실의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소중한지 경험하게 하는 기회죠. 그래서 학교에서 학 생들 혹은 선생님들과 뮤지컬을 만들 때, 늘 그런 긴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습니다.
음악선생님과 힐링타임, 유튜브 채널 〈뮤직후〉
지난 2년간 선생님들과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에듀테크 분야 특히 VR에 관심이 많아 예술교육 학습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기후변 화,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학생들과 함께 스마트폰을 활용해 랩을 직접 만들고 레코딩하며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수업을 하기도 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일상 회복이 된다면 학생들과 좀 더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뮤지컬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고, 예전처럼 다양 한 음악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버스킹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 나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교사뮤지컬단 'M.U.S.E'의 향후 계획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지역에서 ‘M.U.S.E’ 활동을 좋게 보고는 ‘교사뮤지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함께 협업도 하고, 제가 겪은 시행착오나 좋은 시스템들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올해 교사뮤지컬단에서 7번째 정기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월에는 7기 신입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니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언제나 환영합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육의 씨앗을 피울 수 있도록
티처빌이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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