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학습공동체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묻다
배움중심·자율장학… 함께 답을 찾아가며 집단 성장합니다
인터뷰. 한은선 선생님
선생님의 집단지성을 이끌어주고 끈끈한 네트워크를 다져주는 전문적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 하지만 한번 시작하기도, 끝까지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년간 전학공을 운영해 온 한은선 선생님은 전학공에 대한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부족을 짚었다. 만약 올해 전학공 시작이 부담스럽다면 내년 신학기 워크숍을 활용해 전학공의 의미와 효과성부터 이야기해볼 것을 당부했다.
Q) 선생님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교직생활을 34년간 하고 2021년 2월에 명예퇴직한 한은선입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남들보다 조금 일찍 퇴직하게 됐어요. 현재는 한국하브루타연합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140여 명의 선생님과 배움중심의 수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재직 당시 9년 동안 수 석교사로 근무하면서 전학공을 전적으로 맡아 운영했는데요.
그동안 배움중심의 수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최근에는 한은선의 배움중심수업이라는 블로그도 운영 중이고, 연구부장 대상의 전학공 자료도 꾸준히 공유하고 있어요. 전학공 강의도 여러 번 했고, 최근에는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에서 교감자격연수를 받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전학공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장학’이라는 강의도 했습니다. 아울러 ‘티처빌 쌤동네’에서도 쌤 강사로서 많은 교사 대상의 연수를 진행 하며 활발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어요.
Q) 전학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는데요. 학교 안 전학공이 왜 필요한가요
학교 현장에 어려움이 참 많아요. 수업에 자신 있는 선생님들도 많겠지만 수석교사를 9년간 한 저도 여전히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서 배울 점을 발견해요. 수업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도 수업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또 아이들의 제 멋대로인 행동과 언어 사용으로 교사들이 받는 상처도 커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도움이 절실한데 그때 전학공처럼 한 달에 2번 정도 교사 간 모임을 하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다져가는 활동이 필요해요. 아마 이런 모임이 없다면 선생님들은 1년 내내 다른 교사와 대화 한번 하지 않고 얼굴도 모른 채 지낼 수도 있을걸요.
반면 전학공을 통해 모임을 하며 대화하고 유대감을 쌓다 보면 쉽게 다가설 수 있고,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요. 아울러 생활지도도 함께해 나갈 수 있고, 주제탐구를 하면서 교사로서의 역량 향상과 집단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외부 연수와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해왔고, 전학공도 꾸준히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듣는 것 이 귀찮고,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혼자 할 때보다 함께할 때 교 사의 역량이 향상되고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Q 공감대를 이루며 시작하는 전학공,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이따금 다른 학교 연구부장이 제게 전학공 강의를 요청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얼마나 전학공이 고민스러우면 그럴까 싶어요. 전학공의 시작과 유지의 핵심은 전학공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잘해보려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이를 잘 발휘하려면 시점이 중요한데요. 2월 신학기 워크숍을 잘 활용해야 해요. 이유는 2가지인데요. 첫째는 2월은 신규 교사 발령을 받고 새로운 학교로 이동해 오는 시점이라서고, 둘째는 교사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서입니다. 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맘의 여유가 없다 보니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어요. 신학기 워크숍은 학교마다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3일 정도 진행되는데 이때 전학 공 항목을 꼭 넣어 이야기해보세요. ‘
왜 전학공이 교사에게 필요한지’, ‘전학공 운영이 어떤 도움이 될지’를 질문해 선생님 스스로 답해볼 수 있도록 하면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질문을 하고 포스트잇에 의견을 적어 내도록 하는데요. 처음부터 전학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교사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요. 그리고 수업공개·수업나눔을 실천하는 ‘자율장학’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실제로 경상도 지역에서 필수로 지정된 자율장학에 전학공을 연결해 진행하 는 방안을 강의한 적이 있어요. 물론 그때도 전학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하고 교사가 스스로 포스트잇에 답변을 적어보도록 했지만 ‘자율장학’에 초점을 맞춰 접근했고, 이후 수업나눔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했어요. 수업나눔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 고, 제가 생각한 답변을 맞춘 분들께 소정의 상품도 드렸어요.
Q) 전학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전학공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워요. 어떤 선생님은 직무연수로 전학공을 진행하니 진정성이 사라졌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직무연수로 운영하면 철저히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유대감이 약해지는 부분도 있죠. 하지만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모임이 정기적으로 이뤄 지지 않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교육청·교사· 학교 이 3가지 관계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먼저 교육청은 전학공을 직무연수로 인정하고 일주일 중 하루를 출장, 공문 없는 날로 지정하면 어떨까요? 교사가 전학공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타 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가 필요해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교사의 마음가짐이에요.
스스로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고 직무연수 60시간 중 30시간 정도는 전학공을 통해서 하겠다는 최소한의 마음을 먹어야 잘 운영·유지될 수 있다고 봐요. 제도적으로 전학공 시간을 배려하고 인정한다고 해도 교사의 마음속에 전학공이 없다면 결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학교예요. 학교 관리자들도 학교 행사나 방과 후 학교 일정을 전학공 모임 운영을 고려해 조정하려는 이해와 공감의 마음이 필요해요. 추가로 수석교 사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전학공 운영이 가능해요. 전학공 운영에 교감 선생님이나 서면 선생님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기에 1교 1수석교사제를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5~2022년(8년간) 수석교사를 뽑지 않고 있는데요, 제대로 된 전학공 운영을 위해선 수석교사 충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끝 으로 저만의 팁인데 전학공할 때마다 맛있는 간식을 준비했어요. 어떤 때는 식빵을 준비한 적도 있는데요, 소소하지만 반응이 참 좋더라고요.
함께 배우고 성장했던 전학공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학공은 ‘동료교사 수업 릴레이’예요. 한 명이 대표로 수업 을 공개하면 부담은 특정 선생님의 몫이 되고 다른 선생님의 수업역량은 향상 되지 않잖아요. 저는 부담을 분산하고 전체 교사의 수업력 향상을 위해 전원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했어요. A 선생님이 B 선생님 수업을 참관하고 B 선생 님은 C 선생님 수업을 참관하는 식의 로테이션으로요. 또 교과 구분 없이 수 업을 공개하도록 했는데요. 요즘엔 교과 간 융합도 많아 다른 과목의 수업을 참관하며 교과 융합 방법이나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했어요.
물론 교원 능력 개발 평가 때는 교과군끼리 진행하기도 했고요. 참관 후 피드백할 때도 중요한데요. 이때 무조건 칭찬, 좋은 점만 말하도록 했어요. 비판이나 대안 제시도 안 돼요. 좋은 점만 이야기하더라도 선생님들 스스로가 수업을 되돌아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게 돼요.
올 하반기 추천하고 싶은 전학공 주제는요.
‘학급긍정훈육법’은 어떠세요? 선생님의 마음도 치료하고 학생과의 관계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연인데요. 강연 후 둥글게 앉아 감사의 마음을 나눴는데 동료애도 물씬 생겨나더라고요. 또 범교과주제 분야에서 주제를 정해 진행해도 좋아요. 안전 건강 교육이면 ‘이 부분을 어떻게 교육할까’와 같이 전학공으로 접근해보는 겁니다.
이외 학급 관련 분야에서 ‘까칠한 아이들의 낯선 행동 다루기’, ‘학부모와 소통하기’ 등의 주제도 전학공으로 진행하기 좋아요. 주제별로 카테고리를 좀 정리해봤는데, 주제가 고민된다면 참고해보세요.
마지막으로 후배 교사들과 나누고 싶은 한 마디는.
전학공만큼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어요. 전학공은 최고의 도움입니 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집단성장을 일으키는 전학공, 꼭 참여합시다.
'Magazi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듀테크] 에듀테크 박람회 미국 'ISTE 2022' 현장에서 (1) | 2022.09.29 |
---|---|
[환경보호] 티처몰 플로깅 세트로 플로깅 하면서 환경을 지켜요! (1) | 2022.09.29 |
[티처빌20주년] 티처빌의 스무살 생일을 축하합니다:) (0) | 2022.07.11 |
[티처빌매거진] 교사 일상, 캔버스 위에 아름다운 제주를 엥그리다. (0) | 2022.07.08 |
[티처빌매거진]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초등학생 여름방학 과학 실험 (0) | 202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