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빌 매거진 Vol. 17 <Class - KnowHow>
새 학기 학부모 상담 가이드
"적극적인 학부모 소통으로 교사-학부모 간 신뢰관계 형성"
글. 이상우 경기 금암초등학교 선생님
새 학년 학부모 상담, 어떻게 해야 할까
새 학년 학부모 상담은 참 부담스럽다. 1년마다 학생과 학부모가 바뀌니 매년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부담스럽다고 피하면, 정작 소통해야 할 때나 심각한 문제를 얘기해야 할 때 더 불편하다. 학부모와 소통이 부족할 때 학부모가 자녀의 말만 듣고 교사에게 따지듯이 말해 원활한 대화는커녕 감정이 섞인 불편한 대화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니 좋든 싫든 교사가 먼저 학부모에게 손을 내밀고, 적절한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맺는 노력을 해야 서로 오해가 줄어든다.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과 균형 있는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학기 초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써보자
학부모는 교사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알기 어렵다. 오죽하면 학부모가 1학기 상담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어서라고 한다. 부모가 주변에 수소문 해 보지만 전해 들은 얘기라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사에 대한 좋은 얘기를 들으면 좋지만, 부정적인 얘기를 듣다 보면 학급 운영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 쉽다. 이럴 때 활용하기 좋은 것이 새 학기 초 교사가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다. 편지는 첫인사-자기소개(전공과 특기, 교직 경험)-교사로서의 마음가짐(교사가 된 이 유)-해당 학년 학생들의 발달과 특성-학급 운영의 방향과 특색(우리 아이들을 위해교사로서 길러주고 싶은 부분들)-교사로서의 다짐-부모와의 소통에 대한 부분-그 외 덧붙일 말-끝인사 정도의 흐름이면 된다. 물론 언급한 내용대로 다 쓸 필요는 없고, 순서도 바꿀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교사도 자신을 어느 정도 개방하고 알려야 부모도 교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사가 된 이유나 앞으로 1년을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부분,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등은 포함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일반적인 글을 약간만 수정해 보낼 수도 있지만, 형식적으로 비치기 쉽고 교사의 진심이 잘 전달 되질 않는다. 그러니 시간을 내서 연습 삼아 한 번 써보자. 다른 교사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편지의 형식을 참고해 써보면 어떻게 쓸지 감이 온다.
밴드나 클래스팅 같은 SNS 학급 소모임을 운영해 보자
가정으로 보내는 편지는 인쇄해서 아이들에게 보낼 수도 있고, 학급의 학부모 밴드에 올릴 수도 있다. 밴드·클래스팅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 중에서 장단점을 고려해 한 가지 정도는 운영하는 것이 좋다. 매일 올릴 수도 있고, 2~3일에 한 번, 1주일에 한 번씩 올릴 수도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방법대로 하면 된다. 간 혹 활동사진을 올렸더니 ‘우리 애가 작게 나왔다’, ‘표정이 안 좋다’며 민원을 제 기하는 학부모도 있다. 교사로서는 매우 속상하다.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알리기 위해서 보낸 것인데 도리어 항의를 받으니 아예 안 하는 것 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부모의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다. 부모는 자신의 자녀만 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먼저 속상한 부모 마음에 공감하고, 다음번에는 자녀의 멋진 모습을 독사진으로 올려주면 된다. 학부모 민원을 받고 기분이 좋을 교사는 없지만, 자신의 교육활동 방향과 맞으면 불만이 있어도 그대로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 낫다.
평소에 칭찬 메시지, 질병 결석일 때 쾌유 메시지를 보내보자.
교사와 학부모의 첫 대화가 학교폭력이나 학생의 문제행동이라면 좋은 대화로 이어지기 힘들다. 특히 이런 대화를 할 때 교사도 마음이 불편하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전화로 먼저 할 수밖에 없으니 얼굴도 보지 않는 상 태에서 부담스러운 대화가 잘 진행될 리가 없다. 사전에 교감이 없으니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 형성도 어렵고 껄끄러운 대화의 앙금이 이후 상담에서 이어져 서로가 불편하고 소통이 꺼려진다. 이미 학기 초에 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가정으로 보냈다면 좀 낫다. 이에 더해 평소에 칭찬 메시지와 쾌유 메시지를 보내면 효과가 매우 높다.
1학기 학부모 상담주간 전에 하루에 3~4명씩 정해 학생이 열심히 노력한 점, 학급에 기여한 점, 교사로서 고마운 점 등을 부모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수업시간에 불필요하게 끼어드는 학생이라 할지라도 좋은 면을 포착해 보낸다. “어머님, 상우가 즐겁게 학교생활 잘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유 머 감각이 풍부해 학급 분위기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네요.” 칭찬 메시지를 받 은 부모는 교사가 자녀를 좋게 보고 있다고 생각해 교사를 신뢰하게 된다. 부모도 자녀의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나중에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 상담할 때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담임교사에게는 25명 중의 1명이지만, 부모에게는 1~2명 중의 1명이다. 이런 자녀가 아파서 학교에 못 가거나, 병원 갔다 오느라 학교에 늦어지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학기 초에 밴드에 공지나 별도의 안내장으로 병원 치료로 인한 지각이나 병결의 경우는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병결 메시지를 받으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답장을 보냈다. ‘아픈 아이 공감-연락에 대한 감사-쾌유 기원-필요한 정보제공 등’을 담았다. “어머님, 아침에 바쁘실 텐데 연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상우가 몸이 아파서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상우에게 병원 치료 잘 받고 내일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전해주 세요.” 질병에 대한 증빙서류 제출이 필요할 경우, 추가로 안내하면 좋다. 결석한 다음 날 학생이 학교에 왔을 때 위로와 관심을 표현한다.
학기 초 전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개인적으로 밴드에 공지글도 올리고, 학생들 알림장에 교사가 부모께 안부 전화한다는 내용을 써 보낸 뒤, 하루에 몇 명씩 가정에 전화했다. 부모는 교사로부터 편지도 받았다. 교사가 밴드를 만들어 학급 활동을 공유했다. 자녀로부터 학급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얘기들을 들었기 때문에 부모의 대화는 우호적인 편이다. 말 그대로 처음 인사드리는 안부 전화이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교사가 학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아이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부모의 얘기를 들으면 된다. 전화할 때 부모가 이미 제출한 우리 아이 성장 보고서(가정환경 조사서)의 내용을 약간 활용할 수도 있다. 통화 시간은 보통 3~4분 정도면 충분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시기에 경기도의 한 1학년 선생님은 새 학기 시작 전인 2월 말에 가정으로 전화하고 학부모와 얘기를 나누고, 이어 학생과 인사를 했다. 자녀가 초등 1학년에 입학하면서 걱정이 많을 것이고, 아이도 불안해할 수 있으니 교사로서 공감과 위로의 메 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부모들은 새로운 담임교사에게 고마워했고, 반응도 매우 좋았다.
교사 개인 전화번호는 공개 VS 비공개
최근에는 교사 전화번호를 비공개하는 추세다. 전화번호 공개와 비공개의 장단점이 있으니 이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비공개의 이유 중 하나가 사적인 카톡 프로필 사진 등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카톡처럼 소통하고 싶은데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방법의 하나가 카카오 채널이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일괄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채팅 가능 요일 및 시간도 설정할 수 있다. 각종 안내장이나 사진, 공지글 게시도 가능하다. URL을 따서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보내거나, 카톡에서 검색해 친구로 추가할 수 있다. 다음 포털에서 ‘카카오톡 채널’로 검색하거나 유튜브에서 ‘교사용 카톡 채널 만들기’를 보고 활용할 수 있 다. 전화번호를 오픈하지 않고 학부모와 통화가 필요한 경우, 카톡 ID 친구 추가를 통해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카톡 실행-카톡 하단 왼쪽의 사람 아이콘 클릭-카톡 상담 우측의 사람 모양+아이콘 클릭-ID로 추가’를 활용할 수 있다.
학부모 소통을 위한 다모임과 부모교육 소모임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학부모 다모임을 할 수 있다. 주간이나 야간에 정해진 시간에 학급의 학부모들과 모여 학급 운영에 대해 안내한다. 한 달 동안의 학급 운 영 계획을 소개하고, 중요한 행사를 안내한다. 학부모가 학급 운영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교사가 답한다. 가정과의 연계 지도나 학부모의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서도 부탁할 수 있다. 학부모 상담주간에는 학생 개인 중심으로 상담이 이뤄지는 것에 비해, 학급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해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다. 교사의 특색있는 학급 운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혹시나 놓칠 수 있는 부분에 관한 얘기들, 좋았던 부분들을 나눌 수 있어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혹시나 민원 성토장이 될까 염려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고, 오히려 교사가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이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부모가 대다수다. 적절히 협의하면서 모임의 대화 흐름을 조절하면 학부모 다모임도 고려할 만하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학부모 소통법이 중요해
맘카페를 비롯한 SNS와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학부모들이 교사를 옥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 입장은 물론 지식과 경험이 다르니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교사와 학부모는 모두 우리 아이들 의 성장과 행복을 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에게 감사 메시지를 받으면 힘이 난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도 교사로부터 아이에 대한 칭찬과 공감의 메시지를 받을 때 힘이 난다. 서로 많이 다른 것 같고 어색하지만, 교육 전문 가인 교사가 양육 전문가인 학부모에게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부모도 마음이 움직이고 학급의 부모들도 담임교사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학교에서 아무리 즐겁게 생활해도 집에 가면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학생들도 있다. 교사와 충분한 소통 없이 자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부모가 담임교사를 신뢰하 기는 어렵다. 뒤늦게 교사가 진심을 담아 소통하려 해도 자녀와 융합된 학부모는 교사에게 적대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기 초 교사가 다양한 창구로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학부모를 교육의 장으로 초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에 수업과 생활지도로 담임교사가 최선을 다하면 대다수 학생의 입을 통해 가정에 전해지고 학부모도 교사의 학급 운영을 신뢰하게 된다. 학기 초는 바쁜 시기다. 학부모 소통을 위한 에너지 조절이 필요하다. 선생님들 각자의 학급 운영이 빛날 수 있도록 다양한 학부모 소통법을 시도해보고, 선생님의 스타일에 맞는 학부모 소통법을 정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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