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gazine

[티처빌매거진] 새 학년 새 학기, 편견을 버리고 아이의 진가를 보아야

by 테크빌교육 2022. 3. 18.
728x90
반응형

티처빌 매거진 Vol. 17 Interview & PEOPLE

 

고성한 초등 선생님의 교실 속 에세이

"편견을 버리니 사람이 보인다"

 

글. 고성한 한울초등학교 선생님


누구나 한 번쯤 ‘편견’에 사로잡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오해하고, 갈등하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는 어떨까? 또 좁은 교실에서 그런 적은 없을까? ‘편견을 버리니 사람이 보인다’라는 고성한 선생님의 일 화가 새 학기를 시작하는 선생님들께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은 반 배정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갖게 마련이다. 물론 담임교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 또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몇 년 전 내가 있던 학교에선 선생님들이 제비뽑기로 학급을 결정했다. A·B반 등으로 아이들을 미리 나눠 학급을 만들어 놓은 후, 선생님들이 알파벳을 뽑는 식이었다. 새롭게 정해진 학급의 학생 명부를 살펴보았다. ‘생활’이라고 적힌 아이들이 있었다. ‘생활’은 ‘생활 지도가 필요한 아이’라는 의미였다. 전년도 담임선생님 이 특별히 지도가 필요한 아이를 표시해 놓은 것이다. 다음 담임교사를 배려하기 위해 적어놓았다지만, 나는 ‘생활’ 표시가 적혀 있는 명부를 볼 때면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낙인 찍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간사하게도 나는 그 아이들이 우리 반에 배정되는 것이 썩 달 갑지 않았다.

 

몇 해 전 만난 규선(가명)이도 ‘생활’ 표시가 붙은 아이였다. 규선이는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자기소개 시간, 규선이의 차례가 되자 터덜터덜 교실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고개를 삐딱하게 숙이고 다른 친구들을 노려보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규선이야. 내가 무슨 말부터 하려고 했지? 아 맞다. 생각났다. 나는 작년에 7반이었어.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러니까 내 말은….” 혼잣말인 듯 아닌 듯, 횡설수설 종잡을 수 없는 규선이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규선이의 모습을 보며, 전년도 담임선생님이 왜 ‘생활’ 표시를 써놓았는지 이해가 갔다.

 

.

일주일 후, 학급 회장 선거가 있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규선이가 학급 회장 후보로 본인을 추천한 것이다. ‘혹여나 친구들이 장난으로 투표해 규선이가 회장으로 당선되면 어쩌지? 규선이가 우리 반을 대표하는 회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어수선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진지하게 투표한 덕분에 규선이는 1표만 받고 낙선했다. 선거가 끝난 후 혼잣말을 하던 규선이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선생님, 회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친구들의 마음을 얻어야지. 네가 어려운 친구들도 도와주고, 학급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친구들이 널 뽑아주지 않을까?” 규선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욕도 잘하고, 화가 나면 손부터 나가는 규선이가 모범적인 아이로 변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날 이후로 규선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소외된 친구가 보이면 기꺼이 친구가 돼 주었고, 교실에서 말다툼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나서서 중재했다. 평소에 잘하던 욕도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규선이의 변한 모습에 친구들도 금세 마음을 열었다.

 

시간이 흘러 2학기 학급 회장을 뽑는 날, 명찬이(가명)가 규선이를 학급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회장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규선이는 투표를 통해 당당하게 우리 반 회장이 됐다. 규선이가 반 친구들에게 인정받아 학급 회장이 된 사실이 놀랍고 대견했다. 사실 규선이는 부모님과 형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였다. 그 보다 두 살 많은 형은 집에서 종종 그를 때렸고, 부모님은 형제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방치했다. 그런 탓에 규선이는 집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런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교에서 친구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규선이가 안타깝고 또 기특했다. 문득, 지금까지 ‘생활’ 표시를 달고 우리 반에 왔던 아이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매년 우리 반에는 한두 명씩 이름 앞에 ‘생활’이란 표시가 붙어 있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그동안 ‘생활’ 표시가 붙어 있다고, 아이들을 섣불리 낙인찍은 것 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이어지자 문득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그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구나. 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고정된 틀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았기에 그들의 가능성과 진 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활이란 꼬리표를 인식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을 텐데…. 그랬다면 그 아이들의 행동도 이전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앞으로는 ‘생활’ 표시에 마음을 두지 않고 선입견 없이 아이들에게 다가 가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 학교에서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그런 표시를 적어놓지도 않지만…. 지난해에는 말썽꾸러기로 낙인찍혔던 아이일 지라도, 새로운 학급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아이가 새롭게 평가받을 기회 자체가 사라지지 않기를 소망 한다. 사람은 누구도 쉽게 평가할 수 없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단편적으 로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선입견을 가지고 타인을 단편적으로 대한다. 이전에 정해진 평판으로 상대를 쉽게 단정 해버리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상대의 진면목을 발견 할 귀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이 내린 평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발견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편견을 거두고 상대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기를.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육의 씨앗을 피울 수 있도록

티처빌이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티처빌 매거진>은 최신 교육 이슈 및 동료 교사의 수업 노하우,

학교 현장의 다양한 소식과 더불어 테크빌교육의 브랜드 이야기를 담은 사외보 계간지입니다.

▷ 티처빌 매거진 방문

https://www.tekville.com/?c=news/magazine

▷ 티처빌 사이트 방문

https://www.teacherville.co.kr/index.edu

▷ 티처빌 인스타그램 팔로우

https://www.instagram.com/iamssamgu/

▷ 티처빌 페이스북 좋아요

https://www.facebook.com/teacherville

▷ 티처빌 유튜브 구독

https://www.youtube.com/c/teachervilleTV

▷ 쌤다큐 유튜브 구독

https://bit.ly/3FscY1c

#열일한다티처빌#쌤#쌤스타그램#선생님

#선생님스타그램#교사#교사스타그램

#티처빌#티처빌연수원#교사지원통합플랫폼#티처빌매거진

#새학년 #새학기 #교실속이야기 #교사에세이

#편견없는교사 #아이의참모습 #아이의성장

#교사의자세 #교사의마음가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