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빌 매거진 Vol. 17 Interview & PEOPLE
팬데믹 시대의 환경교육
버려진 마스크,배달 자장면...."모든 교육이 환경교육이다"
글. 이지원 서울구산초등학교 선생님
경제성장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없는 개발을 추구해온 사이,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랐다. 이제 우리는 매년 폭염과 폭설, 긴 장마와 같은 극한의 날씨를 경험하면서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여기에 코로나19 팬데 믹으로 급증한 택배와 배달로 불거진 쓰레기 문제까지 직면했다. 이제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든 교사가 환경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깨운 소중한 일상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기존에 누리던 많은 것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가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팬데믹 초기, 줄어든 미세먼지와 파란 하늘은 경제성장만을 향해 달려온 인류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또 인수공통 감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 원인으로 주목받은 인간과 동물의 접촉 방식을 보며 인간이 동물과 맺고 있는 잘못된 관계를 성찰하게 했으며, 동물과 사람, 환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늦게까지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해외로 여행을 가기 어렵지만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고, 불필요한 회식이 줄어들기도 했고, 또 해외여행 대신 국내의 보석 같은 곳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게 됐고,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우리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경제성장과 생활의 편리가 불러온 기후위기와 팬데믹
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어난 택배와 배달에 일회용품과 쓰레기는 넘쳐났고, 택배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사고를 뉴스에서 꽤 자주 접하게 됐습니다. 사회구조적으로 취약한 집단의 어려움, 부국과 빈국 간의 백신 정의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애써 숨기고 있던 치부들을 적나라하게 직면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기후위기와 팬데믹 속에서 경제성장률을 걱정하고 더 편리하고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끝없는 성장과 편리를 추구하는 세상에서는 나의 일상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무언가를 착취해 이뤄집니다. 소외당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 들이 존재하고, 발 딛고 살아가는 터전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에게 좀처럼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요? 팬데믹의 시대가 던진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원헬스,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은 밀접하게 연결돼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이번 팬데믹은 언젠가는 지난 일이 되겠지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가 살아간다면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곧 우리 삶으로 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 발생과 대유행까지 그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음을 많은 전문가가 경고하고 우리 또한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동일합니다.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 한 개발 그리고 자연과 다른 종의 생물을 대하는 인간의 잘못된 관점과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팬데믹의 시간은 우리 삶의 방식과 시스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 사회에서, 또 한 사람의 교사로서 교육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필요한 환경교육, 그러나 현실은
기후변화에 있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쌓여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 또는 그러한 상태)라 여 겨지는 1.5℃ 기온 상승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전국 교육청에서도 관련된 교육정책이 계획·실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환경교육은 각 교과에 단편적으로 조금씩 삽입돼 있거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개별 교사의 역량에 따라 실행되는 경우가 여전 히 많고, 중·고등학교에서는 그나마 환경과목이 선택교과로 존재하지만 이를 선택하는 학교는 적고 가르칠 환경교사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환경교육이다
환경교육은 무엇일까요? 자연보호·분리배출·일회용품 등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환경교육일까요? 저도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질 문에 나름의 답을 하려면 먼저 ‘환경’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현재의 제가 생각하는 환경은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입니다. 즉 세상 모든 사람, 다른 종의 생명(동식물),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 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보카도 한 알에 탄소 배출과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농민의 생명과 지역의 물문제가 이어져 있고, 팜유가 들어간 라면 한 봉지에 인도네시아의 원시림과 오랑우탄의 멸종위기와 노동자의 인권이 들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쓰레기와 해양오염과 거북이의 죽음과 미세 플라스틱과 새벽 배송 택배노동자의 권리와 플랫폼 노동자 노동환경의 열악함과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사회정의는 모두 함께 이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경교육은 경계가 없고, 모든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눈에 보이는/보이지 않는 세상(환경)에 대한 민감성을 길러주고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서로 의존해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실에서 우리가 그 무엇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든―교실에 들어온 한 마리의 벌, 동물원의 코끼리, 버려진 마스크, 어제 배달시켜 먹은 자장면―그것은 환경교육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환경학·정치학 교수인 데이비드 W. 오어는 “모든 교 육이 환경교육이다”(All education is environmental education)라고 말 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말에 매우 공감하고 동의하고 있습니다.
고유의 가치 지킬 수 있도록 교실에서 대화를
기후위기와 팬데믹의 시대, 이 세상에 필요한 건 어쩌면 1명의 환경운동 가보다 환경에 관한 관심과 철학을 가진 100명의 시민 일지 모릅니다. ‘환경’에 대한 지속할 수 있는 관점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은 사회 곳곳 자신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환경을 고려할 것이고, 그러한 선택이 모이고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엔데믹을 전망하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2022년의 봄에는 마스크를 벗고 서로 미 소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교육이 환경교육’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고유의 가치와 아름 다움을 지키며 존재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해 교실에서 더 많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육의 씨앗을 피울 수 있도록
티처빌이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티처빌 매거진>은 최신 교육 이슈 및 동료 교사의 수업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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