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빌 매거진 Vol. 17 <티처빌이 간다>
수업 시연 영상의 레전드 '켈리샘'을 만나다
"도움이 됐다" "고맙다"는 인사가 제게는 큰 보람입니다.
글. 켈리샘 / 프로필사진 김태우
커리어를 전환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어려운 관문을 뚫고 성취한 결과를 쉽게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이 교직을 떠나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오늘 만나본 켈리샘도 지난해 말 교사라는 신분을 벗고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 계획도 없었다는 켈리샘이지만 이미 즐거운 일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설레는 봄을 만날 수 있었다.
Q) 켈리샘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2021년까지 초등교사로 재직했던 김은영입니다.
교사 유튜버로도 활동을 해서 많은 분이 유튜브 채널에서 불리는 ‘켈리샘’으로 알고 계세요. 교대 시절부터 영어 수업에 큰 흥미를 가지고 교사가 됐고, 2018년 말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교대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교사 유튜버로 활동해왔어요.
2020년에는 온라인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많은 선생님과 소통하게 됐는데, 아쉽게도 지난해 말 교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올해부터는 프리랜서 ‘김켈리’가 됐습니다.
Q) 교사가 아닌 삶이 궁금한데요, 요즘 근황 좀 들려주세요.
건강이 좀 안 좋았어요. 교직을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기도 한데, 다행히 잘 치료받고 이제 회복해 건강해졌어요. 요즘은 유튜버로서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기획해 영상도 찍고 공유하고 있고요. 티처빌과 새로운 연수과정도 진행하고 있어요. 틈틈이 아이들과 학교 밖에서 감격의 재회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Q) 어려운 임용시험에 합격했는데, 떠날 때 걱정이나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요
저도 다른 선생님들과 같아요. 교직을 떠날 거라고 생각 못했고, 2020년에 ‘교사로서의 전성기가 시작되는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즐겁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어요. 건강이라는 결정적 계기가 없었다면 올해도 학교에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왔고, 결정을 내렸어요. 간혹 제 유튜브 채널에 ‘켈리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댓글을 다는 선생님이 있으신데 그때 저도 ‘용기가 있어서 결정한 게 아니다. 많이 겁이 났지만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순간이 와 결정했다’고 남겼어요.
‘앞으로 이런저런 일을 해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고 나온 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 해 새로운 출발점에 서기로 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앞으로 생활은 어떻 게 하지?’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도 들었어요. 아직 연수나 강연 요청 등이 있어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그 고민은 계속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다만 많은 분이 응원해 주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Q) 지난해 11월에 중도 사직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요.
임용 준비하는 교대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사직 시기를 11월 임용시 험일로 정했어요. 건강상의 이유로 병 휴직 중이었는데, 휴직 중에는 유튜 브와 같은 외부 활동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제 도움을 기다리는 교대생과 사범대생들이 있었고, 저로서도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꼭 하 고 싶었어요. 사실 임용 준비를 위한 콘텐츠는 제가 처음 시작한 분야거든요. 2018년 영어 수업 시연 영상을 시작으로 4년간 꾸준히 콘텐츠를 공유해 왔어요. 그러면서 많은 분이 ‘도움이 됐다’,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왔고, 그 일 련의 순간순간이 제게 보람으로 다가왔어요. 휴직 중에도 급여 일부가 나오 기 때문에 올해 초에 사직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됐을 수 있지만, 임 용 준비할 때 많은 걱정과 불안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임용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지난해에 제게 도움받아 임용에 합격한 후배와 함께 수업 시연 영상 피드백도 진행했 어요. 영상을 보다 보니 공통적으로 짚어줘야 할 부분들이 보여 이 점을 영상으로 제작해 업로드도 했고, 티처빌과 임용준비생 대상의 라이브 연수도 진 행했어요.
Q) 영상마다 피드백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았을 텐데요.
이번에 처음 해보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요. 임용 준비생들이 기출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10분간 시연 영상을 보내주면 인사하는 순간부터 끝 날 때까지 채점 요소를 기준으로 꼼꼼히 살펴보았어요. 이후 개선할 점, 장점 그리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 등을 정리해 A4 1~2장 정도의 피드백을 이 메일로 보냈어요.
보통 선생님들이 내용은 잘 짜는 반면 비언어적인 부분이 연습 안 된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말을 늘린다든지 필요 없는 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건데요. 어투부터 자세, 목소리, 제스처까지 하나하나 피드백하다 보니 손이 정말 많이 갔어요. 1:1 컨설팅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새벽까지 하느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제 피드백을 반영해 만점을 받았 다는 선생님들도 더러 있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사가 된 후 저처럼 임용 준비생들을 위해 팁을 제공하는 선생님들도 많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청출어람’이구나 싶었죠.
Q)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활동할 계획인가요.
학교를 배경으로 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예비교 사를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고, 이후에는 교실에서의 V-log가 많았어요. 교사 유튜버로서의 정체성이 강해 이 범주 안에서 유튜브 를 운영해 왔거든요. 변한 환경에 조금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생각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공유해 보자는 마음이 커요.
여전히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영상도 올리고 있고, 유튜버 가 되고 싶거나 관심 있는 아이들도 많아 제자들과 특정 주제에 대해 영상을 찍기도 해요. 어떤 콘텐츠로 소통할지는 계속 고민해 봐야겠지만 교육에 도움 이 되거나 제가 주변과 나누고 싶은 것들을 주제로 꾸준히 해 보려고요. 아이 들과 소통할 수 있는 키즈 콘텐츠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Q) 유튜버 외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학교 안에 있을 때 교육이라는 업무가 참 무거웠어요. 교사지만 ‘과연 내가 전 문성이 있을까’ 스스로 의구심도 들었고, 자신감도 붙지 않았어요.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해 봤는데 교사는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직업 이더라고요. 수업하면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우고, 동료 선생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같이 학습하면서요.
그렇다 보니까 교육 분야에서 ‘내가 정 말 전문성을 쌓은 건지’ 궁금할 때가 많았고, 아이들도 제 생각과 다를 때가 많아 학교에 있었던 시간 대비 제가 교육 전문가라고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떠나면서 계속 교육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됐어요. 그러던 중 최근에 쌤동네에서 예교스쿨(예비교사 대상)이라는 강의를 시작했 는데, 예비교사 대상의 수업이다 보니 아이들과 수업하듯이 게임도 하고, 정 말 교실에서 수업하는 분위기가 나더라고요. 덕분에 ‘내가 가르치는 일을 무 척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어요. 강연하는 것도 좋아해 기회 가 닿을 때마다 도전해 보려고 해요.
Q)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생님 모두 가슴 설레고 재미있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말 알 수 없는 거더라고요. 저 또한 최근까지 교사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생각한 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최대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셨으면 해요.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초조해하지 말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 모두 행복한 한 해 되길 바랍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육의 씨앗을 피울 수 있도록
티처빌이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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