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빌 매거진 Vol. 18 <Zoom In Focus>
새 정부 교육 키워드 '기초학력편'
기초학력 지원의 중심에 '사람'을 둬야 합니다
글. 윤수경 서울 발산 초등학교 수석교사
기초학력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책무이자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계속된 배움을 위한 기본 전제이며 사회를 살아가는 삶의 소양이다. 이런 관점에서 학교와 교 사는 아이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오랜 기간 기초학력에 관해 연구해온 윤수경 선생님은 학생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생 성장의 동력을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아이들을 만나보셨나요?
공부를 잘하고 싶은 아이들
학년 초,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공부 잘하고 싶은 사람?” 모두 다 손을 듭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은 아이가 손을 내리 고, 몇몇 아이들 손만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사람?” 대다수의 아이가 다시 손을 듭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왜 학습(배우고 익히는 것)에는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공부가 잘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을까요?
모든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똑같은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성장 환경도 각기 다르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 또한 아이마다 다릅니다. 한두 번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익히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여러 번 반 복해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아이들이 일정 나이 가 되면 학교에 모여, 같은 내용을 학습해야 하면서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좌절의 누적으로 자존감과 소속감이 낮아지며 ‘무기력’을 학습해 버리기도 합니다.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학습부진아, 학습 지원 대상 학생.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전자는 학습 부진의 원인을 학생에게 초점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학습 부진의 원인을 우리가 지원하는 학습이나 방법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이 아이들은 모두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 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도 절실히 말이지요.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묻고,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도움을 주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지 등을 분석해 그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교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 아이들을 제때 제대로 들여다보고 지원해야 합니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와 다원적 진단을 바탕으로 원인별 지원 방안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기초학력 보장은 인권이다
‘누구나 배울 수 있으며, 배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의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 우리 교사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이며,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아이에게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줘야 하는 책무입니다. 기초학력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힘’이라면, 또 교육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 차원으로,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돼야 합니다. 그래서 기초학력 지원은 ‘우리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공부는 인간의 본능이며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따라서 전문적 지원자로서 교사는 학생의 자존감과 소속감의 충족에 집중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학생을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학생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모든 아이가 다른 아이와 꼭 같은 속도로 성장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경험과 성장 배경이 다른 모든 아이가 그 시간에 똑같은 배움의 크기를 가질 수도 없다는 것을 마음으로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어떤 자료를 활용하더라도, 그 바탕에는 학생의 선택지를 통한 자존감을 향상하고, 지속성을 위한 흥미 요소와 장치를 넣어야 합니다.
셋째, 학생은 무엇을 통해 성장의 동력(계기)을 얻는지 끊임없이 관찰해야 합니다. 여기에 학생의 성향이나 타고난 기질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다양 한 상황에서의 복합적 관찰로 학생마다 ‘그 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은 우리의 공공재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교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배우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묻지만, 우리가 만나는 학습 지원 대상 학생들에게서 대답을 듣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답은 더 없어지고, 교사를 배려해 들려주는 대답에는 ‘몰라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등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모르고 있을까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까요? 어쩌면 아이들은 더 이상 상처 입기 싫어 자기 스스로 커다란 돌로 문을 막아놓은 것은 아닐까요? 자기 앞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은 아닐까요?
세상의 단 하나뿐인 우주를 품고 있는 아이가, 자기 앞을 막고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스스로 그 문을 빼꼼히 열고, 서툴지만 용기 나 자신의 성장에 대한 설렘을 담은 배움과 세상을 향해서 한 걸음을 내딛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이는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언제, 어떤 상황에서 고개를 들까?', ‘무엇이 출발이었을까?’ 등의 질문을 가지고 교사는 더 집중해 관찰합니다.
아이를 채근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회복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을 키우는, 그 과정을 돕는 것이 바로 교육이고 교사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곳’, 그곳이 학교라면, ‘틀려도 괜찮고, 학교는 편안한 곳이고, 우리는 배움을 즐기러 학교에 왔단다. 마음껏 시도해 보고, 마 음껏 틀려 보고, 마음껏 수정하면서 잘 사는 연습을 하는 곳이 교실’이며, ‘너의 성장을 돕기 위해 선생님은 늘 네 옆에서 지원해 줄 것’이라는 신뢰를 아이와 쌓는다면, 아이는 서서히 자기 마음과 호기심의 문을 열지 않을까요?
기초학력 지원의 첫출발은 따뜻한 눈빛과 신뢰로 ‘아이를 촘촘히 바라보는 것’이며, 기초학력 지원의 중심에 ‘사람’을 두는 것이리라 생각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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