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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특별학급] 초등 다문화 교육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까?

by 테크빌교육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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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처빌매거진 Vol. 19 <Class KNOW-HOW>

 

초등 다문화 특별학급 운영 경험기

친구들과 대화하고, 표현하고, 함께할 기회를 만들어요 


 

 

대한민국이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4%이고,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은 16만 명이 넘어 전체 학생의 3%다. 이제 학교에서부터 다문화 사회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사에게도 다문화 교육은 여전히 낯설다. 다문화 교육,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면 좋을까? 수원 세류초등학교에서 다문화 특별학급을 운영 중인 김상현 선생님의 경험담에서 그 길을 찾아보자.

다문화특별학급 현장체험학습(아쿠아리움) 및 다문화 주간 세계 여러나라 국기 알기
다문화 특별학급? 그런 게 있어 
 

초등교사들에게도 다문화 특별학급은 생소하다.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학교 이야기를 하면 백이면 백 이에 관해 물어본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다문화 특별학급에 대해 아는 선생님은 단 한 명뿐이었다.

발령과 함께 세류초등학교가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라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교감 선생님께서 이 업무를 내게 제안하자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함께 근무하던 부장님들께 조언을 구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게 있어?”였다. 낯설고 흔치 않은 교실이었다. 마치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게는 여러 국적으로 나뉘어 있는 아이들의 출석부와 교육청 그리고 시에서 지원해주는 예산이 쥐어져 있었다. 허겁지겁 전임자와 교무부장님께 여러 설 명과 인수인계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시·도 장학사께도 도움을 요청했고, 친절하고 전문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특별학급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방법을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그렇게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다문화 특별학급 아이들과의 생활이 시작됐다.

 

난 무엇을 가르쳐야 하지? 아니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등교하는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특별학급의 시간표와 학부모님께 전달할 안내장을 준비했다. 이중언어 강사님께 요청해 영어와 중국어 버전의 안내 장도 준비했다. 안내장을 배부하기 위해 아이들의 교실에 방문했다. 그때 나와 마주한 아이는 아주 당연하게 중국어로 이야기를 건넸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라 몹시 당황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도 막상 잘 모르는 외국어가 불쑥 튀어나오는 상황에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안내해줘야 할까? 천천히 설명해주면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은 원래 학급에서 수업을 듣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특별학급으로 왔다. 깔끔하고 따뜻한 첫 만남을 위해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미소를 준비했다. 2학년, 3~4학년, 6학년 순으로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안녕하세요?”라며 밝게 인사했다. 아이들을 보니 긴장이 다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이들은 한국어로 하는 질문이나 안내를 부담스러워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외국에서 제대로 말을 못 해 낑낑거렸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 답답함이란….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에 빠 졌다. 아니 가르칠 순 있을까 걱정됐다.

 

한글을 읽고 써도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

 

“A야,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이야기 좀 하니?” 한글 읽기 쓰기를 무척 잘하는 6 학년 제자에게 물었다. “전혀요. 1학년 때부터 교실에선 조용히 있었어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요.” 아이는 그 상황이 당연한 듯 대답했다. 그 대답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같은 반인데도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그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놀란 사실은 특별학급 대다수 아이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무척 잘하지만, 막상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소통하는 여러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감정과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구성원들과의 친밀감과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얻는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습득하고 느끼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학급에서 더욱 깊게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언어를 안다는 것만으 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 외국에 나갔을 때 어떤 방식으로 외국인과 대화했는지 경험을 떠올려보았다.

 

다문화 특별학급 운영 3가지 목표

 

가만히 짚어보니 내가 영어를 쓰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영어 실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시도하면 사람들 이 반응하거나 도와준다는 믿음과 환경 그리고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과 필요성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다문화 특별학급 예산과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새롭게 다가왔고,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목표를 세웠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교실을 생각하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대화하고 싶은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다문화특별학급 한국문화 체험학습(송편만들기 체험)

 

이들이 특별학급에 들어섰을 때 좀 더 따뜻한 교실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마침 교실은 나무 재질로 된 마루였다. 처음엔 적응이 힘들 수 있지만, 여러 장점을 고려해 맨발 교실을 운영했다. 또 책상과 의자를 필요할 때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개수만 배치했다. 맨바닥은 예상보다 더 포근했고, 교실은 한층 넓어지고 깔끔해졌다.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신발장도 챙겨주셨다. 독특하게도 이 교실 뒤편은 암벽등반용 벽으로 돼 있었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활동하고 공부한 내용을 저장하는 곳으로 쓰기로 했다. 공부한 내용을 계속 보면서 수정하기도 하고 털실로 연결하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이 계속 쌓여가면서, 수업시간에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이야기할 것들이 점차 늘어났다.

 

교육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다문화주간 세게 여러나라 음식 만들기(5학년 1반)

 

초등교사로서 경력이 쌓이면서 느끼는 것인데, 삶은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 학급에서 제자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할 때 나도 행복했다. 무엇인가에 몰입해 활동할 때 그때만큼 아이들이 자신에게 솔직한 적이 있을까? 특별학급 아이들은 개성이 다 달랐다.

 

놀라운 점은 이 아이들은 각 자의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계속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V-LOG로 남겨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수줍어하면서도 함께했던 교육 활동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

 

 
다문화특별반 하눅어말하기 축제(2학년 이무경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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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학년 학생이 교실에 있는 피아노를 두드리는 것을 보았다.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자기 딴엔 좋은 소리를 찾아내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동의를 구하고 그 멜로디를 녹화해 안전 로고송 대 회에 출품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결과도 좋았고, 주변에서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줬다. 학생도 자신감이 붙었고, 그 모습에 나도 뿌듯했다. 최근 다문화 특별학급 아이들은 한글로 동화를 만들고 있다. 부족하지만 한국어로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앞으로도 표현의 기회를 계속 만들어갈 계획이다.

 

특별학급이라고 특별한 아이들이 있는 것일까

 

다문화 특별학급 진로 찾기 수업과 다문화특별학급 플라워 박스 만들기

 

아이들은 모두 교실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와중에 자존감을 얻고 준거집단에 소속감을 지니게 되는 아이들은 학급의 구성원으로서, 또 주체로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도 어쩌면 그 속에 깊숙이 스며들지 못하고 1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다문화 아이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다문화 아이들 도 그 안에 자존감을 획득할 수도, 준거집단을 가질 수도, 소속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는 이제 그런 준비를 어느 정도 마 친 사회이지 않을까? 하지만 언어가 다르고,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두렵다. 그게 우리를 다른 존재라고 선을 긋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문화 특별학급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활동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 내가 일반학급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화하고, 표현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감정을 나누고, 배려하는 모든 활동은 특별학급 이전에도 해왔던 활동들 아닌가?

 

 

 

다문화 특별학급이라서 특별하게 대해야 할 것 같은 그 위화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모두 똑같이 단지 배우고 싶어 하고, 성장하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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