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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처빌매거진]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 본 학교 공간의 변화, 앞으로 방향

by 피오렌티나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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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학교 공간의 변화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공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약되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인식도 바뀌고 있다. 학교 공간도 그런 공간 중 하나다. 몇 해 전부터 변화를 지속해 오고 있었지만, 최근 온라인 개학과 함께 원격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교 공간도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학교 공간혁신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설켜 있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밟아야 하므로 시작 초반부터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해서 이번 장에서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학교 공간을 바라보고, 학교 공간혁신을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건축가와의 만남을 마련했다.

글. 채가을 건축가

 

 

이리부송초등학교 초기계획안 조감도

 

초등학교 신축설계 공모 포기… 7년 전과 달라지지 않아

2013년 한국에 들어와서 전주의 모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초등학교 신축설계 공모전에 디자이너로 참여해줄 것을 부탁받았다. 그동안 유럽에서 경험해왔던 다양한 공간이나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적용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팀을 구성해 계획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학교 공간구성은 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은 채 중도에 포기한 기억이 있다.

왜 아직도 건축 계획 각론에 입각한 배치도와 공간구성을 따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실망감, 또한 중복도 혹은 편복도 공간에서 교실 1~2개를 지워내고 색을 입혔다고 해서 새로운 공간구성이라고 거짓 주장을 해야 하는 현실, 전혀 다른 사회와 문화를 경험한 아이들을 100여 년 전의 공간에 집어넣은 채, 교육이란 걸 실행하고 있다는 슬픔 등으로 이후 교육청에서 발주하는 공모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 내용은 7년 전과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 와중에 ‘꿈담교실’이나 ‘학교 공간혁신’이라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부분적으로 공간이 변화되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학교생활까지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참여한 건축사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고, 한번 참여했던 건축사들이 두 번 참여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앞으로 교육부 사업이 지속해서 실행되기 위해서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시설 분야와 관련한 몇 가지 사항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기획의 부재와 반복되는 시행착오 줄여야 해

시설비는 한 사업이 진행되면서 투입되는데, 추진되는 전체 기간과 필요한 각 분야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기존의 행정 시스템 안에서 시행하며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 가능한지에 대한 조사와 뒷받침해줄 만한 정책들이 먼저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시행되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공공건축물의 리모델링은 디자인이 부재한 개보수 사업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기본설계가 제외된 실시설계비용만이 책정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설계 기간 또한 부족했다.

이제 설계자의 감리가 아닌 교육청 시설과의 감독관에 의해서 감리가 이루어져 온 점 등이 검토돼야 한다. 또한 교육전문가와 건축전문가 그 외 관련 전문가의 의견 등이 반영돼야 한다. 이러한 내용이 사전에 검토되고, 추후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만 또 다른 이름의 사업이 시행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공간혁신사업에 대한 개선 및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교학점제를 위한 사업이 시행되며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30~40년 이상 된 노후화된 학교건물에 시청각실 리모델링, 도서관 리모델링, 엘리베이터 추가설치, 석면철거, 외단열 시스템 제거, 내진보강 등의 공사들이 차례로 이루어지며, 그야말로 학교건물이 누더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학교 단위의 기획이 부족하고, 전체 마스터플랜은 물론 학교별 총괄건축가 없이 다양한 설계자들로 인해 재료와 색상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진행되다 보니 불거진 문제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지 공사장에 가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 안타깝다.


전주 덕일초등학교 계획안 투시도

 

시공자 선정방식 재검토 필요

 

현재 대한민국 공공건축물의 시공자는 입찰에 의한 방식으로 선정하고 있다. 해당 건축물의 도면과 투시도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비를 써내 선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시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므로 이를 고려하고 보완하기 위해 시공자 선정방식과 관련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재 스펙 지정 권한 부여해야

또한 설계자가 자재 스펙을 지정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상황 또한 변해야 한다. 공공건축물을 아직도 최저가 또는 가성비로 접근하는 분위기로 인해 수십억, 수백억의 비용이 투자되었음에도 오히려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들이 이어진다. 설계자로서 원하는 자재와 디테일을 구현하는 업체로부터 별도의 견적서를 받아서 납품했다 하더라도 선정된 시공자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공공건축물의 현 실태이다. 따라서 이렇게 진행될 경우 설계자가 감리자의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설계자의 감리실행 추가

대한민국의 공공건축물 소규모 리모델링 프로젝트에는 감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이다. 리모델링은 신축과 달리 주 단위가 아닌 일 단위로 현장 상황이 변하므로 매일 현장소장 및 관련 업체들과 전화통화 및 문자 등을 주고받으며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현장 방문 또한 주 2회 이상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비용에 대한 검토 또한 필요하다.

 

교수 이외 건축사들의 자문 확대

고교학점제를 위한 공간 리모델링을 실행하기에 앞서 교육부로부터 보내진 컨설턴트에게 리모델링을 위한 교실 개수와 교실 한 개에 2,000만 원의 시설비를 책정한 것에 대한 근거를 문의하니, 어쩔 수 없으니 주어진 시설비 내에서 진행하라는 답변만을 반복적으로 들어야만 했다. 작년부터 진행해왔던 공간혁신 사업 중 발생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면 이렇게 반복되는 착오를 범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20~30년 동안 교육부의 자문을 맡아온 교수들의 일부는 계속해서 상담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필요한 변화에 대해서는 불감해졌기에 실무에서 직접 경험해 본 건축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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