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종대왕, 놀이는 이종대왕
"수업놀이는 모든 과목에 적용 가능한 만능놀이죠!"
올 한 해 ‘쌤찾자’를 통해 가장 많은 연수를 요청받은 ‘선생님의 선생님’은 누구일까? 바로 교실 놀이 유튜브 〈이종대왕〉으로 잘 알려진 이종혁 선생님이다. ‘쌤찾자’는 선생님의 전문학습공동체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강사와 강의를 추천해주는 티처빌 서비스다. 여기서 이종혁 선생님은 ‘놀이’를 주제로 한 비대면 연수로 많은 동료 교사들의 선택을 받았다. 선생님의 놀이에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많은 선생님이 선택한 놀이 연수 의 비결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줌을 통해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인터뷰. 이종혁 동두천신천초등학교 선생님
Q) 선생님 소개 부탁드려요
경기도 동두천신천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종대왕〉이라는 유튜브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교실 놀이·수업 놀이 등 분야별로 다양한 놀이를 연구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집현전’이라는 팀을 만들어 대표로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다양한 수업 놀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집현전' 팀의 의미와 하는 일이 궁금해요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이종대왕〉은 세종대왕의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백성들이 쉽게 읽고 따라 쓸 수 있도록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처럼 ‘선생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보자’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어요. 오래전부터 제가 맡았던 학년에 대한 자료나 놀이 아이디어를 인디스쿨이나 유튜브 등의 채널에 공유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5학년을 맡았으면 5학년 교과에 관련된 놀이를 공유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전 학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놀이 자료를 공유하고 싶어 ‘집현전’이라는 팀을 꾸리게 됐어요. 현재 10명의 선생님이 모든 학년 및 교과에 적합한 놀이를 연구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Q)‘집현전’ 팀의 ‘수업 놀이’란 무엇인가요?
‘놀이’도 수업 놀이·교실 놀이·강당 놀이·운동장 놀이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어요. 이 중에서 교실 놀이는 교실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의미하고요. 강당 놀이·운동장 놀이는 해당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놀이예요. 반면 수업 놀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또 교과와 관련지어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놀이예요. 수업을 재구성할 때도 놀이로 할 수 있는 것을 수업 놀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제가 추구하는 수업 놀이는 단순 놀이가 아니라 배운 내용을 적용할 수 있고, 하나의 활동이 국어나 수학 등 모든 과목에 적용할 수 있는 그런 만능 놀이예요.
Q) 수업 놀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세요?
교직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자료를 수업에 적용해봤어요. (자랑 같아 쑥스럽지만) 초임 시절부터 방학 기간이면 교재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요. 선생님 가운데 말씀 잘하시는 분들이 진짜 많아요. 말로 재미있게 수업을 이끌어가는 분들이 많은데 전 그런 능력이 부족했어요. 자료가 없으면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있는 아주 옛날 자료부터 다 찾아봤어요. 수업에 적용할 만한 활동을 찾아 아이들에게 매일 한 번 이상씩 적용해 봤어요. 그렇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젠 나만의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가령 ‘이런 활동은 이런 것이 부족하니까 다른 활동과 합쳐서 해보면 좋겠다’라든지, ‘이런 활동은 번거롭고 준비할 게 많으니까 준비물 없이 이렇게 진행해 보자’와 같은 노하우 가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생각해냈다기보다 조금씩 개선해온 편이에요.
Q) 수업 놀이의 효과는 무엇인가요?
다들 아시겠지만, 애들은 원래 10분 이상을 집중할 수가 없어요. 연구 결과로 증명된 부분이에요. 하지만 교사는 10분 이상을 강의식으로 수업할 때가 많아요. 그래 서 수업 중 딴짓하는 친구도 생기고, 그럴 때마다 지적하면 수업 분위기가 좋을 수 없어요. 그런데 10분 강의식 수업을 한 뒤 한 5분이라도 잠깐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금세 되살아나더라고요. 해서 이런 놀이의 효과에 주목해 지금도 연구를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이런 점이 다양한 수업 놀이 개발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종혁 선생님의 <비접촉 수업 놀이>
Q) 놀이에 참여를 안 하는 아이들도 있지 않나요?
선생님들이 많이 하는 질문인데요. 사실 놀이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이지 그 학생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앞에 나와 역할극을 하는 등 친구들 앞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 활동이 있어요. 이런 형태는 기본적으로 부담되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참여율이 낮아져요. 그런데 〈이종 대왕〉 유튜브에 업로드된 놀이 콘텐츠를 보면 알겠지만, 누군가가 주목받는 놀이가 아니라 다 함께 참여하는 놀이의 형태예요. 그래서인지 놀이를 진행하며 참여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교직 생활이 짧지 않은 편이라 소심한 성향의 아이들을 종종 봤지만, 다 같이 활동하는 그런 유형의 몰입형 활동은 소심한 아이들도 참여를 잘하더라고요.
Q) 놀이 중 승부욕에 우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저경력 교사 시절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경험해 보니 이기는 팀이나 잘하는 학생만 칭찬하면 승부욕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놀이에서 강조할 부분은 누가 1등하고 꼴등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면, 놀이하다 보면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 규칙을 잘 지켜 본인이 탈락해야 하는 순간에 스스로 탈락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요. ‘OO이는 정말 정직하게 잘하고 있어’처럼 칭찬하며 인성을 강조해요. 게임을 이긴 아이는 이겨서 기분이 좋고, 승부욕 부리지 않고 친구를 배려하면서 참여한 아이들도 선생님이 그런 면을 계속 칭찬해 주니까 ‘나도 잘하 고 있어’라는 생각을 해서 경쟁 분위기에 휩쓸려 우는 행동을 하지 않고 나아지는 것 같아요. 물론 게임의 속성 중의 하나가 승부욕이잖아요. 따라서 이런 걸 아주 없앨 수는 없지만 정직하게 탈락하는 아이에게 칭찬하는 분위기에서 게 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 상황은 많이 없는 편이에요.
Q) ‘쌤동네’ 강사로도 활동 중인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사실 남 앞에 잘나서는 성향이 아니라 혼자 조용히 연구하고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해 봤던 좋은 놀이를 동료 선생님들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2018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그 이후 연수 제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부담스러워 거절만 해 왔는데 어느 날 티처빌에서 강사 활동을 먼저 시작한 ‘열정기백쌤’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서울에서 하는 어떤 연수가 있는데, 선생님 하실 거죠?’라고 너무 당연하게 말씀하셔서 자연스럽게 ‘네’ 하고 대답을 한 거예요. 그동안 거절만 해 왔는데 그렇게 갑자기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곤 연수 직전까지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하고 나니 정말 감사하게도 후기가 엄청 좋았어요 그때부터 용기를 얻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고, 지금 ‘쌤동네’의 ‘쌤찾자’를 통해 서도 연수 신청을 꾸준히 받고 있어요.
Q) 연수는 주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어른도 아이들처럼 집중력이 15분을 못 넘기잖아요. 그래서 강연식 강의 대신 참여 형태의 강의를 추구하고 있어요. 주로 ‘놀이’를 주제로 진행을 하는데 아이들과 해봤던 놀이를 선생님들과도 직접 해보는 식이에요. ‘시간 가는 줄 몰랐다’라는 연수 후기가 참 많아요. 코로나19 상황도 있지만 보통 학교가 경기도 남부에 밀집돼 있는데 제 근무지가 경기도 북부의 동두천이라 대면 수업이 여의치 않았어요. 해서 주로 비대면으로 진행을 하고 있고 덕분에 경기 남부뿐만 아니라 울산·대구 등 전국 대상으로 연수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비대면 연수 형태로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에요.
Q) 여러 채널을 운영 중인데, 채널 활용법 좀 공유해 주세요.
현재 유튜브·블로그·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인데, 각 채널에 담는 콘텐츠가 달라요. 유튜브는 놀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생할 때 교실 속에 적용해 보고 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운영 중이고요. 주로 수업 놀이는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어요. 수업 놀이는 ‘놀이 카드’ 같은 학습지가 필요한데 유튜브에는 한글 파일이나 PPT 첨부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수업 놀이 관련 자료가 필요하면 블로그를, 수업 속 적용된 새로운 놀이가 궁금할 땐 유튜브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는데, 소통을 위해 오픈했어요. 주로 웹툰을 게시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요.
Q) 앞으로의 계획과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생각보다 수업 놀이라는 분야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놀이를 자투리 시간에 하는 공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수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 어요. 해서 놀이도 수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놀이할 때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또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교실 속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계속 공유하고 있어요. 퇴임 후에도 놀이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 꿈이에요.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얼마 하다가 말겠지’라는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아요. 사실 힘든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고비마다 이겨내면서 놀이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또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내보자면 생각이 비슷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팀을 꾸려 후배를 양성하고 수업 놀이를 전파해 선생님도, 아이들도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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